방학이라 매일 삼식이(세끼 모두 챙겨 먹기)가 된지 오래되었다. 아침 9시 반이 되면 등산복을 입고 산에 오를 준비를 한다. 목도리를 두르고 목장갑에 등산화 끈을 꼭 조르면 준비 끝이다. 천천히 산을 오르려면 동네를 지나쳐야한다. 경로당이나 마을회관가는 어르신들과 마주친다. 내가 먼저 모자를 벗고 공손히 인사를 하면, 첨 보는 사람이라고 고개를 갸우뚱한다.
“노전리 새로 이사 온 사람입니다.”
“ 아아, 청룡부리로 이사 오신 선생님이시구나.”
얼굴은 처음 보지만 마을 사람들은 나를 다 알고 있는 듯했다. 오늘은 한번도 가보지 않은 억벅산이라는 곳을 가려고 길을 나섰다. 제일 높은 초롱산도 올랐고 주살미도 올랐고 인근 야트막한 산은 전부 올라는데 아직 오르지 않은 산이 천태산과 억벅산, 그리고 작은 산이다. 억벅산은 홍성에서도 보이는 꽤 높은 산이다. 산길을 혼자서 걸어가는 것은 낭만적이다. 예전에 걸어서 홍성장에 가려면 지름길로 이 고개를 넘었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길을 걷는 사람이 없어서 노루나 다니는 그런 길이다. 고개 마루에 다다르자, 빈 농약병 등 쓰레기를 거기까지 와서 버렸다. 정말 청정해야할 곳이 누군가에 의해 더럽혀져 있었다. 집이 있었던 흔적은 평평한 밭과 감나무 그리고 대나무가 있어 집이 있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붉은 빛이 감도는 녹슨 양철집은 산짐승의 놀이터나 쉼터가 되었고 지나가는 사람에겐 무서움은 안겨준다. 전에 멧돼지를 봤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지팡이 겸 무기를 쓸 막대기를 찾아서 바닥에 두드려 단단한지를 확인했다. 멧돼지는 시력이 나빠 도망가지 말고 정면으로 있다가 커다란 나무뒤에 숨으면 나무에 부딪혀 죽거나 그냥간다며 나름 멧돼지 퇴치요령까지 마을 분이 자세하게 알려줬다.
억벅산으로 올라가는 길은 험했다. 길이 나있는 게 아니고 훤한 곳으로 짐승 발자국으로 길처럼 나있는 곳을 따라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올라가다 보니 짐승의 배설물이 보였다. 나름 시골에서 자라 배설물을 보면 무슨 짐승인지를 대충 알았다. 뼈와 털이 함께 섞여 있는 것은 부엉이 배설물이라고 했다. 그런데 소화되지 않은 도토리가 섞여 있고 많은 배설물로 보아 멧돼지 것이 틀림없었다. 갑자기 정신이 확 들었다. 하산하려다가 막대기를 단단히 움켜쥐고 정상을 향해 올라갔다. 점차 나무의 키가 작아지고 고사목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군데군데 땅을 파 놓은 것은 멧돼지의 짓이 틀림없다. 명감나무와 산초나무의 가시가 장갑 낀 손등과 얼굴을 할퀸다. 금점을 한 듯한 동굴이 있고 바로 앞엔 버력이 보인다. 어렸을 적 살던 동네에도 금점을 한 동굴이 많았었다. 나무를 하러 갔다가 버력을 뒤지다가 금이 박힌 감석을 줍기도 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럴 계제가 아니다. 약간의 무서움 때문에 얼른 내려갈 생각만 났다. 드디어 정상을 밟았다. 홍성시내가 한손에 잡힐 듯 가깝게 보인다. 한참을 이사 나온 홍성을 응시하다가 하산을 했다. 길이 없어 산짐승이 다니는 길을 따라 내려가다 절벽을 만났다.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는 절벽에 부엉이 집인 듯한 둥우리가 있다. 비둘기 털 등 새털이 가득한 것을 보면 잡아다가 이곳 절벽에서 잡아먹는가 보다. 이리저리 보다가 내려갈 곳을 찾아 그리고 내려갔다. 가시덤불사이로 둥그런 동굴처럼 길이 나있는 것을 보면 짐승의 길인데 나도 짐승처럼 그 길로 내려갔다. 다른 길은 도저히 갈수 없었다. 키가 작은 산짐승들은 잘도 다니는데 키가 큰 나는 얼굴을 때리는 덩쿨이 많아 내려가는 게 정말 힘들었다. 이렇게 짐승길을 따라가다가 멧돼지라도 만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에 앞 옆 뒤까지 계속 시선은 레이더 그 이상으로 사방으로 돌렸다. 황토땅을 뒤집어 놓은 것을 보면 정말 멧돼지가 살고 있는 듯했다. 몇 번 노루 때문에 놀라기도 했지만 사람에게 덤비는 멧돼지가 가장 무서웠다. 혹시 짐승이 덤비기라도 하면 즉시 119에 전화걸어야지 라는 생각까지 했다. 깊은 산에서 내려와 낮은 구릉지대에 다다랐다. 이젠 안심해도 된다. 최대한 멀리 돌아 운동량이 많게 하려고 여유까지 생긴 나는 콧노래까지 부르며 하산했다. 거의 두 시간 동안의 산행이었다.
2012.1.28
'아름다운 추억거리 > 살아가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야생조수와 싸우며 농사짓기 (0) | 2012.03.27 |
|---|---|
| 문인인장박물관 기념 식수 (0) | 2012.03.19 |
| 쥐에 대한 좋지 않은 추억 (0) | 2012.03.05 |
| [스크랩] 오서산 시화전의 이상헌 부지부장님 사진 (0) | 2012.01.25 |
| 눈을 쓰는 어려움 (0) | 2011.12.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