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추억거리/살아가는 이야기

동물과의 이별

도연명 2011. 7. 20. 15:18

    동물과 이별

                                                     이상헌

 좀 있으면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것이다. 요즘은 장맛비가 와 오슬오슬 한기를 느끼지만 벌써부터 보신탕집은 만원이다. 보신탕을 먹을 때는 에어컨도 끄고 땀을 펄펄 흘리면서 먹어야 정말로 보신이 된다고 한다. 요즘 개는 집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 반려동물로 사랑을 받으며 산다. 못 사는 사람보다도 더 호강하며 살기도 한다. 값 비싼 외국 수입 사료를 먹고, 개 껌을 씹으면서 병원을 제집 드나들 듯 한다. 영양제를 먹으면서, 어떤 개는 전용 목욕탕도 있다고 한다. 짖는 소리가 싫어 성대를 수술하고, 새끼 낳는 것이 싫어 불임수술까지 시킨다. 개는 개소리를 내며 짖어야 하고 주인이 먹다 남은 누른 밥과 생선을 먹으며 주인을 위해 충성스럽게 도둑을 지키며, 집 밖의 개집에서 살아야 그게 개처럼 산다고 할 것이다. 


 얼마 전, 외딴 조그만 시골집으로 이사를 해 아내와 아이들은 개를 키우고  싶어한다. 귀엽기도 하고 또 혼자 있을 때면 의지가 되기도 한 때문일 것이다. 나는 개털이 날고 분변처리며 사료 주는 번거로운 일 때문에 반대했다. 실제는 그보다는 사랑을 주며 키우던 동물과 이별하는 게 싫어서이다.

   

 어렸을 적 집에서 키우는 개는 잔반 처리도 처리지만, 중요한 것은 오뉴월 보릿고개가 막 지나 돈이 완전히 떨어졌을 때, 중요한 수입원이었다. 보신의 계절이면 개장수가 마을로 찾아온다. 짐자전거에 철망으로 만든 우리를 싣고 마을에 들어오면 개들은 용케도 개장수임을 알고 짖어댄다. 그때 나는 늘 쓰다듬고 밥을 먹여주던 개와 이별을 하게 된다. 밤중에 멀리서 내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어떻게 알고 꼬리를 치며 와 내 무서움을 덜어주던 바로 그 개다. 그 개를 내가 목줄에 철사 줄로 묶어 개장수에게 넘겨준다. 가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며 눈물을 흘리며 애원하던 그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 이는 해마다 되풀이 되어 나를 한동안 충격에 빠지게 했다. 팔려가는 개는 주인에 대한 충성심으로 끌려가다가 철사 줄을 끊고 집으로 도망을 온다. 조금 전에 자기의 목에 철사 줄로 묶어 장사꾼에게 넘겨주었던 배신한 주인인데도 다시 와 꼬리를 치며 반갑단다. 나는 다시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척하면서 다시 더 튼튼한 철사 줄로 묶어 개장수한테 끌고 가 넘긴다. 가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개를 차마 보지 못하고 외면하면서 끌고 간다. 개는 넘겨져 철망 우리에 들어가서도 배신한 주인을 원망하는지 그동안 잘 돌봐준 주인과의 이별을 생각해서인지 쳐다보며 눈물만 흘리고 있다. 

 송아지도 그랬다. 송아지를 사오면 소 먹이는 일은 으레 내 차지였다. 냇가에 나가 풀을 뜯기고 꼴을 베어 키웠다. 빗자루로 털을 문질러 주고, 냇가에서는 목욕도 시켰다. 가끔은 언덕 쪽으로 몰고 가 송아지 잔등에 올라타 양다리로 배를 안듯하여 떨어지지 않고 즐거움을 느끼기도 했다. 그렇게 송아지와 늘 장난을 치며 키우면 중소가 된다. 논이 없던 우리로서 겨울엔 먹일 짚이 없어 가을쯤에 판다. 팔려가는 날은 주인과 이별을 아는지 커다란 눈을 껌벅이며 눈물을 흘려 눈 밑이 흥건하게 젖는다. 형님이 끌고 나갈 때는 그 모습이 보기 싫어 나는 보이지 않는 윗집으로 가 혼자 울었다. 개를 팔고 소를 팔아 정성 드려 키우던 동물과의 이별을 생각해, 내가 어른이 되면 개 등 짐승을 키우지 않기로 맘 먹었다. 동물을 키우지 않고 소리를 내지 않는 식물을 키우면, 눈물을 흘리며 이별하는 슬픔은 없을 것이다. 때로는 사람간의 이별보다도 동물과 이별이 더 슬플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