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추억거리/살아가는 이야기

야생조수와 싸우며 농사짓기

도연명 2012. 3. 27. 11:18

산을 올라가다보면 멧돼지 와 노루, 고라니 등살에  밭마다 망을 쳐야한다.

전기 울타리를 하기엔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쇠말뚝을 박고 차양 막을 두른다.

많이 걸려있는 홍보 현수막을 주워다가 둘레에 치기도 한다.

야생조수는 품종을 거의 가리지 않고 작물을 망쳐놓는다.

들깨나 담배 등 냄새나는 것을 제외하고는 파종을 하면 비둘기나 꿩이 헤치고 파먹는다.

간신히 싹이나면 콩 같은 경우 떡잎을 먹는다.

이도 피해서 자라면 연녹색 순을 잘라먹는다.

 

 

어렸을 적엔 노루나 고라니를 본 적이 없다.

오소리 너구리 역시 본 적이 없었는데 지금은 널려있다. 

산을 오르노라면 깜짝깜짝 놀래키는 게 야생조수다.

 

 

 

 

 

 

 

멧돼지란 놈은 고구마 옥수수 사과나무 가리지 않고 박살을 내놓는다.

특히 고구마 밭은 주둥이를 고구마 두덕에 대고 앞으로 밀고 나가면서 나오는 고구마를 다 먹어치운다.

시골에서는 정말 농사짓기 힘들다.

아무리 야생동물을 보호해야하지만 시골 어른들에겐 골칫거리이다.

올무를 놓고 싶어도 야생조수보호단에 걸리면 벌금을 내야하니 진퇴양난이다.

나도 콩을 심고 싶어도 콩을 심지 않고 있다.

그놈들에게 만찬을 제공할 뿐이고 속상하기만 하기 때문이다.

 

 

송곳을 만들어 콩에 조그맣게 구멍을 내고 그 속에 싸이나(청산가리)를 조금 넣고 촛농을 떨어뜨려 메꾼다.

해가 뜨면 꿩이 출몰하는 곳에 납작한 돌을 골라 그위에 콩을 올려 놓는다.

저녁엔 이슬이 내리면 젖어 불면 안 되어 모두 걷는다.

콩이 없어진 곳 을 찾다보면 꿩이 죽어 있다.

그 꿩을 가지고 와 뱃속을 다 들어낸 다음 무우를 썰어 넣고 꿩탕을 끓인다.

그게 유일한 단백질 공급원이 된 셈이다.

 

 

시래기에 싸이나를 넣고 말은 다음 산토끼 길에 놓는다.

채소 등 푸성귀와 함께 유인하면 산토끼는 와서 먹어주고 역시 우리들에게 고기를 제공했다.

산은 민둥산이라서 지금처럼 산짐승이 발 붙일 수도 없었고,  또 사람에게 먹혀 번식 등이 어려웠었다 .

지금은  땔감의 원료로써 나무의 가치가 떨어져 산속에 들어가면 밀림처럼 우거져 있다.

산초나무며 명감나무 아카시아 등이 접근을 어렵게 한다.

얼굴을 손등을 긁고 찌르고 하여 완전무장하지 않고는 산에 오르기 힘들다.

거기에 멧돼지까지 출몰하여 경계를 하며 산을 올라야 한다.

 

 

언제쯤 동물과 공존하며 살까?

노루가 쟁기질하고 곰이 똥지게를 져 나르고 호랑이가 잡아 온 멧돼지를 사람과 함께 먹는 그런 유토피아는 올까?

하긴 유토피아는 아무 곳에도 없다는 말이 어원이니 그런 세상은 영원히 오지 않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