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추억거리/살아가는 이야기

도시락 싸갖고 온 첫날

도연명 2012. 6. 1. 13:54

학교 식당에서 먹는 것도 싫증이 났다.

걸어가는 것도 그렇고, 꼭 점심시간이 되어야만 먹을 수 있는 것도 글허다.

배고프면 먹어야지, 시간에 얽매이기 싫어서다.

또 신 것을 싫어하는 내 식성때문에 신김치나 신깍두기는 정말 싫다.

가끔씩 나오는 보리밥을 먹으면 배가 아프다.

어렸을 적 보리밥을 물렸기 때문이다.

친구들과 식당으로 가 보리밥을 먹을 때도 나는 쌀밥을 먹는다.

 

요즘은 건강을 칭기는 아내땜에 현미, 율무, 검은 콩으로 밥을 해준다.

천천히 오래오래 씹으면 밥이 달다.

학교 식당에 급식신청을 6월부터 하지 않았다.

집에서 먹는 그대로 싸와 먹기로 했다.

아내는 좀 귀찮겠지만, 있는그대로이니 별로 준비를 하지 않아도 된다.

 

딸기 서너상자 사와 딸기잼을 많이 만들어 놓았기에 여차하면 식빵 조각에 잼통만 가져가면 그만이다.

남교사 휴게실은 항상 내자리다.

도시락을 가지고 휴게실로 갔다.

마침 심어 놓은 상추를 솎아낼겸 세 포기를 뽑아 씻어 가지고 갔다.

아내는 밥에 표고버섯 무침, 연한 고추곁순 무침, 감태, 더덕장아치, 상추, 된장, 멸치볶음 이정도면 진수성찬 아닌가?

후식으로는 토마토 두 개

한 백살까지 건강을 유지하며살아야지.

현미, 흑미, 검정콩, 보리 율무 옆엔 표고무침에 참깨가 입맛을 돋운다.

더덕장아치, 멸치볶음, 양념 된장, 고추 곁순무침

가꾼 상추, 얼마전 집들이 할 때 친구가 사온 주먹만한 토마토

감태

 

누가 볼까봐 혼자서 별, 달, 해 생각하면서 천천히 먹었다.

도시락 반찬이 없어서 밥을 싸오지 않았던 시절, 보리밥이라 창피해 학교 뒤 산에 가서 먹었다.

누가 오면 저 멀리 피해 먹었다.

 

지금에야 먹을 것이 너무 많아도 귀찮아서 도시락을 싸지 않는 시절이 되었다.

간단한 패스트 푸드와 잘 갖추어진  학교 급식실에서 맛있는 급식을 먹을 수 있으미 한국의 엄마들은 얼마나 편한가.

도시락 두 개를 싸서 손으로 꾹꾹 눌러  점심과 저녁에 먹을 땐 거의 링거 벽돌같았다.

반찬이라야 단무지나 무우 장아치, 특별한 반찬은 멸치 볶음정도였다.

그래도 얼마나 맛있었나?

부잣집 아들들은 도시락 위에 계란 프라이를 얹었다.

그 계란 프라이가 얼마나 불러웠었나.

 

이젠 고혈압, 당뇨 등을 걱정할 나이가 되었다.

그래도 술과 담배는 여전히 마시고 피지만.

매일같이 도시락을 싸오자.

아내가 싸주지 않으면 내가 싸오자.

혼자서 여유를 부리며 즐거운 마음으로 도시락을 먹는 즐거움을 만끽하자.

2012.6.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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